고쉐병은 효소 결핍으로 인해 지방이 체내에 축적되는 희귀 유전 질환으로, 간비대, 비장비대, 골통증 등을 유발합니다. 조기 진단과 효소 대체 요법으로 증상 관리와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합니다.
1. 고쉐병의 개요
고쉐병이란 명칭은 1882년에 간과 비장이 비대해진 환자에 대해 처음으로 기술한 프랑스 의사 필립 찰스 어니스트 고쉐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고쉐병은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라는 효소의 결핍으로 골수, 비장, 간에 당지질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라는 지질히 다량 축적되어 해가 되는 희귀 유전성 대사질환입니다. 고쉐병의 증상과 신체적 특징은 매우 다양합니다. 고쉐병의 흔한 증상들은 간과 비장이 커지는 간비장비대, 빈혈, 혈소판 감소와 골격 이상입니다. 혈소판은 응고를 촉진하는 혈액세포이므로 혈소판 감소를 가진 고쉐병 환자는 출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고쉐병의 분류는 증상과 진행 과정 및 신경학적 합병증의 존재 유무와 정도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되며 세 가지 형태는 모두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됩니다.
몸속에는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가 있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 이물질, 인체 내 노화세포 등을 잡아먹고 이를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고쉐병으로 글루코세레브로시다제라는 효소가 부족하게 되면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가 분해되지 못하면서 대식세포의 리소좀 내에 축적되고, 그 결과 대식세포가 비대해지면서 정상기능을 하지 못하는 ‘고쉐세포’가 됩니다. 고쉐세포는 주로 비장과 간, 골수에 축적되지만, 신경계, 심장, 신장, 눈 등 다른 기관에도 축적될 수 있으며, 이러한 고쉐세포의 축적으로 고쉐병이 발생합니다. 고쉐병은 40,000∼60,000명 중 한 명의 빈도로 발병하며 남녀 동일한 비율로 발생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10,000여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국인에서의 발생빈도에 관한 정확한 통계적인 수치는 없지만, 2016년 자료에 의하면 약 80여 명 정도가 진단되었습니다.
2. 고쉐병의 증상
고쉐병은 글루코세레브로시다제라는 효소의 선천적인 결핍으로 인해 특정 지질(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이 분해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되면서 다양한 장기와 조직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희귀 유전 질환입니다. 이로 인해 생성된 고쉐세포는 간, 비장, 뼈, 폐, 신경계 등 전신에 침착되어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며, 환자의 유형에 따라 증상과 경과가 달라집니다. 고쉐병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각각 제1형(비신경형), 제2형(급성 신경변성형), 제3형(만성 신경변성형)입니다. 제1형은 가장 흔한 형태로, 신경계 침범 없이 간과 비장의 비대, 빈혈, 혈소판 감소, 만성 피로, 멍이 잘 드는 경향, 골통증, 골다공증, 골절 등이 주로 나타나며, 조기 치료 시 정상에 가까운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제2형은 신생아기 또는 영아기 초기에 발병하며, 뇌에 지질히 축적되어 심각한 신경학적 손상을 유발합니다. 이 유형은 근긴장 저하, 사시, 경련, 운동능력 상실, 삼킴 곤란, 후두연축으로 인한 호흡음 이상, 흡인성 폐렴 등 치명적인 증상을 보이며, 대부분 2~4세 이전에 사망하게 됩니다. 제3형은 주로 소아기 후반이나 청소년기에 증상이 발현되며, 제1형과 유사한 혈액학적·골격계 증상 외에도 간대성 경련, 정신지체, 운동실조, 간질성 폐질환, 수평주시마비 등 점진적인 신경계 침범이 특징입니다. 고쉐병의 주요 신체 증상은 여러 장기에 걸쳐 나타납니다. 간과 비장은 정상보다 크게 확대되며, 비장이 커질 경우 복부 팽만, 혈소판 감소로 인한 출혈성 경향(코피, 생리 과다 등), 감염에 대한 취약성, 심한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간 기능이 손상되면 간경화, 간부전, 드물게 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뼈에서는 고쉐세포의 침착으로 혈액순환이 저하되어 극심한 골통증, 무혈성 괴사, 골감소증, 반복적인 골절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성장 지연과 키 저하도 나타납니다. 신경계 증상은 주로 제2형과 제3형에서 나타나며, 특히 제2형에서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운동능력 저하, 경직, 발작, 정신 발달 지연, 삼킴 곤란 등 중추신경계 이상이 두드러지며, 제3형의 경우에도 운동실조, 눈의 수평 움직임 장애, 간대성 근경련 등이 서서히 나타나 일상생활에 제약을 줄 수 있습니다. 폐 기능도 영향을 받아 고쉐세포가 폐 간질에 침착되면 호흡곤란, 흡인성 폐렴, 천명음 등이 나타납니다. 기타 증상으로는 황갈색 피부 변색, 눈 주변의 자반, 간과 비장의 압박으로 인한 조기 포만감, 심비대, 심장판막 협착, 담석 형성, 면역 저하, 혈액암 위험 증가 등 매우 다양한 전신적 이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고쉐병은 다양한 임상 양상과 기관 침범으로 인해 오진되기 쉬운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효소 대체 요법(ERT), 기질 감소 치료(SRT) 등의 치료를 통해 증상 악화를 막고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쉐병은 단순한 희귀 유전질환을 넘어서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관리가 필수적인 만성 질환이며, 정기적인 검진과 다학제적 치료 접근이 필요합니다.
3. 고쉐병의 진단에 따른 치료방법
글루코세레브로시다제효소의 활성도 저하로 대사 되지 않은 복합지방물질이 고셔세포로 골수, 간, 비장 등에 축적되어 증상을 일으키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입니다. 원인 유전자인 GBA 유전자는 1번 염색체 장완(1 q21)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440여 종 이상의 돌연변이가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 p.L444P는 민족 간 차이 없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돌연변이이며, 한국은 p.G46E가 그다음으로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글루코세레브로시다제의 활성 정도를 확인하거나 골수검사를 통해 골수조직에 존재하는 고쉐세포를 발견하여 진단할 수 있습니다. 고쉐병을 가진 환자들은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가 조직에 축적되어 기능 부전을 일으키는 것이 주된 증상이므로 조직에 얼마나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가 축적되었고 기능 부전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고쉐병은 효소 결핍으로 인한 희귀 유전질환으로, 현재까지의 치료는 병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증상 완화와 진행 억제를 목표로 합니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효소대체요법(ERT)으로, 부족한 글루코세레브로시 다제 효소를 정맥 주사로 보충하여 고쉐세포의 축적을 막고 장기 손상을 예방합니다. 국내에서는 세레자임(Cerezyme), 애브서틴(Abcerin), 브이프리브(Vpriv) 등이 사용되며,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해 많은 환자들이 이용 중입니다. 보통 2주 간격으로 1~2시간 동안 정맥 투여하며, 용량은 환자 상태에 따라 조절됩니다. 또 다른 치료법으로는 기질감소치료가 있으며, 이는 고쉐세포의 축적 원인인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의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입니다. 경구용 약물인 세레델가(Ceredelga)는 18세 이상 제1형 고쉐병 환자에게 사용되며, 유전자형(CYP2 D6)에 따라 용량 조절이 필요합니다. ERT와 유사한 효과를 보이면서도 복용이 간편하고, 특히 골 관련 증상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화학적 샤페론 치료는 비정상적으로 접힌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고용량 Ambroxol이 제3형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에 있습니다. 조혈모세포이식은 일부 제3형 환자에서 시도되고 있으나, 그 효과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위험도 동반됩니다. 유전자 치료는 장기적인 완치를 목표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치료 외에도 환자의 삶의 질 관리가 중요합니다. 고쉐병은 만성적인 통증, 피로, 성장 지연, 외모 변화 등으로 인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통증 조절, 운동과 식습관 관리, 심리상담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성장기 환아의 경우 자존감 형성을 위한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며, 무리하지 않는 운동(수영, 자전거 등)을 권장합니다. 성인 환자는 신체적 한계를 수용하면서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방식을 조절해야 하며, 실패할 경우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족, 의료진, 심리상담사, 환우회 등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지지는 치료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고쉐병의 예후는 유형에 따라 달라지며, 제1형은 ERT로 비교적 정상적인 삶이 가능하지만, 진단이 늦을 경우 골격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제2형은 신경증상이 빠르게 진행되어 2세 이전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제3형은 신경증상이 점진적으로 악화되어 예후가 불량한 편입니다. 조기 진단과 치료, 그리고 다학제적인 관리가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을 좌우합니다.